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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읽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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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ddayadda 2020. 4.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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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자 : 곽정은

출판사 : 포르체 

장르 :  한국 에세이

평점 : 🌕🌕🌕🌕🌕

읽은 날짜 : 2020. 04. 09  - 04. 20

 

 

 

 

 

 

 

 

 

 

 

 

 

 

 

 

 

이 책을 읽기전에 인스타 스토리에서 이 책의 일부분을 캡쳐해서 올린 분이 있었어서 그 짧은 문단을 읽고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가입해놓은 전자도서관에는 없어서 살까 하고 있던차에 교보문고에서 4월 한달간 전국민에게 2권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이벤트를 하는 걸 알게되어서 교보문고 책쉼터에서 이 책을 바로 빌려 보았다.

 

 

 

 

 

 

 

잡지나 월간지를 보지 않는 편이라서 저자가 마녀사냥에 나오지 않았었다면 아마 나는 저자를 알지도 못했을 것 같다. 사회적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티비에 나와 자기의 의견을 그리고 성에 대해서도 똑부러 지게 말하는 저자가 신기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나이를 먹음으로서의 장점을 글마다 보여주는 것 같다. 어렸을 땐 40이 되면 죽어버리고 싶다고 했던 나인데, 25살이 넘어가면 진짜 상장폐지가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와서 여자의 나이를 가지고 옥죄는 말들을 보면 그저 가짢다. 나도 저자와 같은 생각으로 시간이 갈 수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잘하는지 내 취향은 뭔지 더욱 더 나에 대해 잘 알게 되는 나날들 인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뭔가 내일 그리고 더 미래에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이를 먹는게 두렵지 않고 기대가 된다.

 

 

 

 

 

 

 

 

 

 

 

하지만 얼마나 좋은가, 젊은은 내 곁을 떠나고 있지만 깊은 성숙이 나에게 도래했음이.

 

 

 

 

 

삶의 매 순간 명료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삶의 매 순간 기쁨과 슬픔을 그대로 수용하기 위해서, 삶의 매 순간 내가 나의 주인이기 위해서 나는 내가 정말 필요하다.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기쁨이겠지만, 그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게 하려고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대로의 내 삶이 좋다.

 

 

 

 

 

지금 나는 ‘보여지는 나’가 아니라 ‘살아갈 나’를 위해서 운동한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수많은 꿈들, 내가 사람들에게 미치고 싶은 영향력,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도 결국은 모두 내 몸이 잘 버텨 주어야 현실이 될 수 있을 테니까.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고, 그걸 다 하려면 어쨌든 몸을 지켜야 할 테니까. 몸에 좋은 것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나쁜 습관을 모두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낸 후에 죽고 싶어서 나는 오늘도 헬스장에 가서 케틀벨과 씨름한다.

 

 

 

 

 

연애가 그저 먹고 마시고 영화를 보고 가끔 섹스하는 것이라면 누군가의 죽음을 소재로는 대화하지 않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연인을, 그리고 관계를 내 삶을 공유하는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이 서러운 죽음들은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소중한 것을 끊임없이 내어주고 또 공유해야 하니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 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중하고 엄중한 무엇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라는 반응이나 보이는 사람일 때, 그 관계는 금세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고 분노하는 나에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여자들 살기 좋은 세상 아니야?”라고 묻는 사람과는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개그콘서트>를 즐겨 보는 남자와는 사귈 수 없고, 밤길을 걷는데 앞에 가던 여자가 돌연 뛰어가서 기분이 나빴다는 남자와는 더 나눌 대화가 없으며, 성매매를 해본 경험이 있는 남자와는 밥 한 끼도 겸상하기 싫다. 다만 나는 같은 유머에 웃음을 터뜨리고, 같은 뉴스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지를 본다. 무엇에 분노하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기 원하는가의 문제와 가깝에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절반이 겪는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이에게 미래 따윈 없기 때문이다. 한낮의 서울역 광장에서 취한 남성 노숙인이 다가와 “맛있게 생겼다.”며 희롱을 하고, 압구정 한적한 횡단보도에 함께 서 있던 남자가 돌연 몸을 돌려 수십 초간 히죽거리며 내 몸을 훑었을 때 내가 느낀 공포에 관해서 이야기하는데도 “에이 네가 오해한 거 아니야?”라고 말하지 않을 남자여야만 하겠지.  나는 앞으로도  자주 그런 일을 겪어야 할 테니까.

 

 

 

 

 

아내는 되고 싶지만 며느리는 되고 싶지 않아’라는 여자들의 한숨 섞인 이야기가 그저 이기적인 말로 들린다면, 그게 이기적으로 들리는 만큼 당신은 가부장제의 시혜를 받는 존재일 것이다. 맞벌이를 해도, 심지어 여자의 수입이 더 많아도 ‘가장’의 호칭은 언제나 남자에게 주어지는 우스꽝스러움이 가부장제가 지켜내야만 하는 어떤 것이라면, 그런 제도 따위는 없어지는 게 맞지 않는가.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이 불합리한 가부장의 시스템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니, 사랑을 잃고 자아의 일부와 평등을 상실할 가능성이 큰 선택지 앞에서 여자들은 더 많은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자는 밀당 같은 것 필요 없다. 우직하게 밀고 들어가면 결국 어떤 여자든 감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여자다운 것이었고 그래서 박력 있게 밀어붙이는 남자가 정답처럼 여겨졌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여자들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지분이 온전히 자신에게만 있는 듯 행동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관계가 아직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았을 때도 자기 감정의 페이스대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남자가, 진지한 관계가 되었을 때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는 사람일 리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간단한 후기

결혼에 대해서, 연애에 대해서, 나이먹음에 대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다 읽어버리기가 아까워서 하루에 몇 장씩만 보느라고 오랜기간을 읽었다. 삶의 매 순간 내가 나의 주인이기 위해 내가 필요하다는 말. '보여지는 나'를 위해서가 아닌 '살아갈 나'를 위해서 운동한다는 말 정말 너무 공감되어서 몇번이나 같은 페이지를 읽었다. 여자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커졌다. 25살이 넘으면 여자는 꺾인다는 말, 30살이 되어버리면 나는 정말 늙은 여자가 되는 줄 알았다. 되돌아보니 어이가 없다. 30살은 절대 늙은 나이가 아니었고 25살은 아직도 너무나 어렸다. 그렇다고 해서 늙으면 어떤가? 시간이 가면 나이를 먹는게 당연하고 늙을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이 사회는 여자에게 얼마나 해로운가, 끈임없이 나이들면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주입시킨다. 근데 내가 하루하루 지내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내가 더더욱이 좋아졌다. 경제적인 결정을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사고 싶은 걸 사고, 하고 싶은 걸 하며 남에게 기대하지 않고 내가 내 삶을 하루하루 충실히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그 삶을 하루하루 살아온 내가 얼마나 대견한데 나는 더이상 그깟 나이 한살 더먹는다고 슬퍼하지않는다. 왜냐하면 그 한 살이 먹는 일년동안 열심히 살았기에. 그 시간이 소중하다. 더이상 나이먹는 것에 두려워하는 여자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25살이 넘는다고 내 가치는 떨어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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